[명경기 리플레이] 챔스 역사상 최초, '누캄프의 기적' 바르셀로나 vs PSG

4골차 승부를 뒤집은 바르셀로나의 대역전극

이승열 기자 | 기사입력 2020/07/30 [10:48]

[명경기 리플레이] 챔스 역사상 최초, '누캄프의 기적' 바르셀로나 vs PSG

4골차 승부를 뒤집은 바르셀로나의 대역전극

이승열 기자 | 입력 : 2020/07/30 [10:48]

▲ 바르셀로나는 파리를 상대로 '누캄프의 기적'을 썼다  © UEFA 공식 홈페이지

 

UEFA 챔피언스리그는 세계 유명 클럽과 선수들이 모이는 전쟁터라고 부를 수 있다. 챔피언스리그가 별들의 전쟁이라 불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강팀들이 모이는 대회인 만큼 각 구단 간의 실력차는 크게 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점수차가 벌어질 경우에는 지는 팀이 이기는 팀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2017년 바르셀로나는 그 힘든 일을 세계 최초로 해낸다.

 

2017215일 프랑스 파리에서 파리 생제르망(이하 파리)과 바르셀로나의 챔피언스리그 161차전이 열렸다. 파리는 막강한 재정력을 바탕으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꿈꾸는 팀이었고, 바르셀로나는 불과 2년 전에 트레블(시즌 3관왕)을 달성한 세계 최강팀 중 하나였다. 누구도 섣불리 경기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강호들의 맞대결이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1차전에서는 균형의 추가 한 쪽으로 무너졌다. 파리는 무려 4골을 맹폭하며 바르셀로나를 4-0으로 완파했다.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 무대는 홈 앤 어웨이 방식으로 진행되어 2차전 결과까지 지켜봐야 했지만, 많은 팬들은 이미 경기는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이미 4골이라는 큰 점수차가 나고 있으며, 원정골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파리가 바르셀로나 원정에서 한 골만 기록해도 바르셀로나는 6골을 넣어야 하는 힘든 경기였다. 더욱이 챔피언스리그 출범 후 1차전 4골 차이의 결과가 뒤집어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201736일 파리의 8강 진출이 점쳐지던 채로 누캄프에서 162차전이 시작되었다. 바르셀로나는 기분 좋은 시작을 했다. 전반 3분 만에 루이스 수아레즈가 선제골을 기록했다. 한시가 급했던 바르셀로나는 기뻐할 틈도 없이 공을 골대 안에서 끄집어 내어 경기를 재빠르게 재개했다.

 

바르셀로나에게 다시 희망이 찾아왔다. 전반 40분 파리의 문전 혼전 상황에서 쿠르자와가 걷어내려던 공이 무릎에 잘못 맞고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쿠르자와의 황당한 실책성 자책골이었다. 이 골이 터지면서 누캄프는 열광의 도가니로 바뀌며 바르셀로나 선수들과 팬들은 역전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좋은 예감이 찾아왔다. 반면, 파리의 선수들은 10만의 관중들 사이에서 풀이 죽은 모습이었다. 바르셀로나에게 남은 골은 2골이었다.

 

전반이 끝나 바르셀로나의 좋은 흐름이 잠시 끊겼음에도 불구하고 바르셀로나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3번째 골을 만들어냈다. 네이마르에게 가는 패스를 막으려던 뫼니에가 미끌어져 넘어졌고, 네이마르는 넘어진 뫼니에에게 걸려 넘어졌다. 그 곳은 페널티 박스 안쪽이었고 주심은 그대로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페널티킥 키커로 나선 메시는 부담감이 큰 상황에서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켰다. 바르셀로나는 이제 한 골만 더 넣으면 경기의 균형을 원점으로 돌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파리는 바르셀로나의 거센 추격에 얼음물을 쏟아 부었다. 경기 내내 뒷문을 잠가만 놓고 있던 파리는 마음이 급해 라인을 잔뜩 올린 바르셀로나의 뒷공간을 롱패스로 노리기 시작했다. 그 결실은 후반 17분 맺어졌다. 후방에서 페널티 박스로 길게 차준 공을 쇄도하던 쿠르자와가 몸싸움을 이겨내며 머리에 맞췄다. 쿠르자와의 머리에 맞은 공은 뒤에서 기다리던 카바니에게 떨어졌고, 카바니는 그대로 발리슛을 가져갔다. 카바니의 슛은 슈테겐 골키퍼의 머리 위를 지나 골대로 빨려 들어갔다.

 

카바니를 비롯한 파리 선수들은 벤치에서도 뛰쳐나와 우승이라도 한 듯 기쁨을 만끽했다. 당시 파리의 감독이었던 에메리 역시 코칭 스태프에게 점프해서 안기며 아기처럼 즐거워했다. 시끄럽던 누캄프 경기장의 관중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 정적에 빠졌다. 바르셀로나 선수들도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의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고 공격을 이어갔다. 파리 수비진의 집중 마크에 꼼짝 못하던 메시를 대신하여 네이마르는 파리의 수비진을 이리저리 휘젓고 다녔다. 네이마르가 개인기를 통해 파리의 수비진을 끌면서 자연스럽게 메시와 수아레즈에게도 많은 공간이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리의 골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고, 이따금씩 반격을 노리는 파리에게 결정적인 기회를 허용하기도 했다.

 

▲ 바르셀로나는 파리를 상대로 '누캄프의 기적'을 썼다 © 바르셀로나 공식 홈페이지

 

굳게 걸어 잠긴 파리의 골문은 네이마르의 프리킥으로 다시 열렸다. 패색이 짙던 후반 43분 네이마르는 페널티 박스 근처에서 직접 프리킥을 시도했고, 네이마르의 프리킥은 흔히 말하는 골대의 사각지대로 날아가 골문을 갈랐다. 케빈 트랍 골키퍼가 몸을 날렸으나 역부족이었다. 그럼에도 바르셀로나에게는 아직 2골이나 더 필요했다.

 

정규시간이 모두 흐르고 파리 선수들은 안심을 한 것인지 집중력을 잃기 시작했고, 마르퀴뇨스는 결국 사고를 쳤다. 수아레즈에게 가던 로빙 패스가 다소 길어 트랍 골키퍼가 처리할 수 있었던 것처럼 보였지만, 마르퀴뇨스는 수아레즈에게 몸싸움을 시도했고 마르퀴뇨스의 팔은 수아레즈의 턱에 닿았다. 그리 세게 닿은 것은 아니었지만 수아레즈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고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마르퀴뇨스의 쓸데없는 행동과 수아레즈의 영리함이 만든 결과였다. 네이마르는 침착하게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다. 바르셀로나에게 남은 골은 단 한 골이었다.

 

이제 그 누구도 파리가 8강에 진출한다는 장담은 못하는 상태였다. 오히려 쫓기고 불안한 쪽은 파리였고, 기세를 탄 바르셀로나는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파리 선수들을 매섭게 몰아붙였다. 누캄프 경기장의 관중들은 경기장이 떠나갈 듯 응원하며 선수들에게 힘을 북돋았다.

 

속절없이 후반 추가시간이 모두 흐르고 바르셀로나에게는 마지막 코너킥 기회가 찾아왔다. 슈테겐 골키퍼 역시 골문을 비우고 코너킥에 참여했다. 코너킥은 페널티 박스 바깥에 위치한 네이마르에게 연결되었고, 네이마르는 페널티 박스로 공을 투입했다.

 

파리는 오프사이드 트랩을 위해 수비라인을 재빨리 끌어올렸다. 하지만 공격에 참여한 세르지 로베르토는 뒤에서 파고들면서 파리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완전히 부쉈다. 네이마르의 크로스는 로베르토에게 살짝 긴 듯이 보였지만, 로베르토는 몸을 날리면서 공에 발을 갖다 댔다. 로베르토는 공을 걷어내기 위해 골문을 비우고 나왔던 트랍 골키퍼보다 한 발 빨리 공에 도달했고, 로베르토의 발에 맞은 공은 텅 빈 골대로 들어갔다. 바르셀로나가 극적인 드라마를 쓰던 순간이었다.

 

그렇게 경기는 바르셀로나의 총합스코어 6-5 승리로 끝이 났고, 바르셀로나는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누캄프 경기장은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경기 내내 침착함을 유지하던 엔리케 감독도 경기장을 뛰어다니며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 후에 엔리케 감독은 세레모니를 과하게 한 나머지 무릎 부상을 당했다는 웃지 못할 소문이 들려왔다. 반면, 파리 선수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한 채 경기장에 드러누워 깊은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1차전에서 4-0 패배를 뒤집은 경기는 챔피언스리그 62년 역사상 단 한 번도 존재하지 않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이 경기는 역사적으로 더욱 가치가 큰 경기로 기록되고 있다. 이에 사람들은 이 경기가 열린 누캄프 경기장의 이름을 차용하여 누캄프의 기적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원래 누캄프의 기적1999-2000 시즌 누캄프에서 열린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맨유가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것을 의미했으나, 2010년대 들어서 시즌2’가 생긴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 당시 많은 화제를 낳았던 메시의 세레모니 사진  © 바르셀로나 뉴스 캡처

 

이 날 경기에서 네이마르는 메시보다 더한 영향력을 선보이며 누캄프의 기적의 일등공신이 되었다. 그러나 많은 매체들은 메시의 열광적인 세레모니 사진을 공개하며 메시에게 포커스를 맞췄다. 바로 다음 시즌 네이마르는 바르셀로나를 떠나게 되는데, 이 날 경기의 주인공이 자신이 아닌 메시가 되었다는 것에 2인자가 된 기분을 느꼈고, 본인이 더욱 빛날 수 있는 팀으로 이적하게 되었다는 후일담이 들려왔다.

 

바르셀로나는 누캄프의 기적을 쓴 후 8강에서 유벤투스를 만나 1차전에서 0-3 패배를 당한다. 엔리케 감독은 파리와의 경기를 회상하며 2차전에 5-0으로 경기를 뒤집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지만, 결국 바르셀로나는 2차전에서 유벤투스와 0-0 무승부를 거두며 8강에서 탈락하고 만다.

 

[스포원=이승열 기자]

 

스포원 /
이승열 기자
ksh@confa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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