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기 리플레이] 세계 1위 쓰러트린 꼴찌의 반란, 2018 러시아 월드컵 '한국 vs 독일'

축구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된 한국 선수들의 투혼

이승열 기자 | 기사입력 2020/07/22 [11:07]

[명경기 리플레이] 세계 1위 쓰러트린 꼴찌의 반란, 2018 러시아 월드컵 '한국 vs 독일'

축구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된 한국 선수들의 투혼

이승열 기자 | 입력 : 2020/07/22 [11:07]

▲ 한국은 독일을 조별예선에서 탈락시킨 최초의 팀으로 기록됐다  © FIFA 공식 홈페이지


2018
627, 러시아 카잔에서 월드컵 F조의 최종전인 한국과 독일의 경기가 펼쳐졌다. 양 국가의 이름값만 생각했을 때 경기 결과는 어느 정도 예측이 되는 경기였다. 월드컵 우승 4회에 빛나며, 바로 지난 브라질 월드컵 우승국인 독일과 월드컵 통산 2승밖에 거두지 못한 한국의 경기였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 대표팀의 분위기는 월드컵 시작 전부터 좋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의 후임으로 급하게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신태용 감독은 힘든 상황에서 월드컵 9회 연속 진출이라는 업적을 이뤄냈으나 일부 팬들의 비판을 받기 시작했다. 힘들게 월드컵에 진출했으면서 헹가래를 치는 등 자축을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신태용 감독의 시련은 월드컵 전까지 계속되었다. 히딩크 감독의 복귀설이 돌자 가만히 있던 신태용 감독은 비난을 받았다. 그 비난의 수위는 도를 넘어설 정도였다. 또한, 월드컵 바로 직전에 팀의 핵심이었던 권창훈을 비롯하여 김민재, 이근호, 염기훈 등이 모두 부상으로 이탈하며 신태용 감독의 플랜A가 무너져버렸다.

 

힘든 조편성도 팬들의 기대를 낮추는 데 한몫했다. 201712월 열린 월드컵 조추첨식에서 한국은 세계 1위팀 독일을 비롯하여 멕시코와 스웨덴 등 전통의 강호들과 한 팀에 배정되었다. 특히, 당시 한국 대표팀의 위상은 월드컵 진출국 중에서 가장 낮은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기대는 더욱 낮아졌다. 많은 전문가들과 외신들을 비롯하여 F조 꼴찌팀을 한국으로 예상했다. 외국의 한 도박 사이트는 한국이 독일을 2-0으로 꺾는 것보다 독일이 한국을 7-0으로 이기는 것이 더 확률이 높다며 조롱어린 말을 뱉기도 하였다.

 

▲ 경기 후 망연자실한 모습의 독일 선수들  © FIFA 공식 홈페이지

 

한국 대표팀의 불운은 월드컵 개막 후에도 계속되었다. 스웨덴과의 조별예선 첫 경기에서는 조현우 골키퍼의 선방쇼에도 불구하고 페널티킥을 내주며 1-0 패배를 당했다. 이 경기 패배보다도 선발 출전했던 박주호가 전반 20여 분만에 부상을 당하며 남은 월드컵을 소화할 수 없게 된 것이 더욱 뼈아팠다.

 

이어진 멕시코와의 2차전에서는 대등한 경기력을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페널티킥을 내주는 등 수비 불안을 노출하며 2-1 석패를 당했다. 더욱이 이 경기에서는 대표팀의 주장이자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던 기성용이 부상을 당하며 독일전에 뛸 수 없게 되었다. 대표팀에서 10년 넘게 활약한 기성용의 마지막 월드컵이 허무하게 마무리되던 순간이었다.

 

그러나 언제든 살아날 구멍이 있듯이 대표팀에게도 한 줄기 희망이 비쳤다. 멕시코에게 패배했던 독일이 2차전에서 스웨덴에게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F조의 미래를 예측할 수 없게 되었다. 멕시코는 2승을 거뒀음에도 16강 진출을 확정짓지 못했고, 한국은 2패를 거뒀음에도 16강 진출에 대한 희망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한국의 16강 진출 조건은 독일에게 2점차 이상 승리를 거두고, 멕시코가 스웨덴에게 승리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한국과 독일의 F조 최종전, 한국은 기성용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장현수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고, 장현수의 자리에는 군인 신분의 윤영선이 출전했다. 독일 분데스리가 경험이 많은 구자철도 선발 라인업에 포함되었다. 손흥민은 기성용의 주장 완장을 물려받았다.

 

독일은 반드시 한국에게 승리를 거둬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한국은 이러한 독일의 조급한 마음을 역이용했다. 잔뜩 웅크린 채 독일의 공격을 막아내던 한국은 손흥민과 문선민이라는 빠른 선수들을 이용하여 독일의 뒷공간을 공략했다. 전반 18분에는 정우영의 강력한 프리킥에 노이어 골키퍼가 공을 놓치며 위협적인 찬스를 만들어 냈다. 전반 25분에는 짧은 패스워크로 공간을 만들어 내 손흥민이 찬스를 맞았으나 아쉽게 공은 골대 위로 넘어갔다. 그렇게 양팀은 득점 없이 00으로 전반을 마무리했다.

 

▲ 경기 MVP로 뽑힌 조현우 골키퍼, 고레츠카의 헤더를 막아내고 있다  © FIFA 공식 홈페이지


후반 시작과 동시에 한국은 위기를 맞았다. 후반 2분 키미히의 크로스를 받은 고레츠카가 수비 방해 없이 자유롭게 헤더를 시도했다. 공은 골대 구석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조현우 골키퍼는 가까운 위치였음에도 불구하고 공을 쳐내며 한국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독일은 이후에도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후반 5분에는 외질의 크로스를 받은 베르너가 발리슛을 시도했으나 공은 골대 옆을 스치며 지나갔다. 후반 20분에는 코너킥 상황에서 뒤로 흐른 공을 베르너가 처리했으나 빗맞으며 다시 한번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후반 22분에는 교체해 들어간 고메즈가 헤더를 시도했으나 조현우의 손에 막히고 말았다센터백으로 출전한 김영권과 윤영선도 온몸을 던져 독일의 파상공세를 막아냈다.

 

잇따른 기회를 살리지 못한 독일은 마음이 점점 급해졌고, 실수가 나오기 시작했다. 쉴 새 없이 공격을 몰아친 탓에 독일 선수들의 체력도 고갈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이 경기 전부터 바라고 있던 상황이었다.

 

한국은 후반 30분이 지나면서 활발한 역습을 만들어냈다. 급해진 독일 선수들을 역이용하며 공을 영리하게 소유했다. 왼쪽 풀백으로 출전한 홍철이 수비 진영에서 가볍게 독일 선수 2명을 제치는 장면은 경기의 흐름이 한국으로 넘아왔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역습의 선봉장에는 손흥민이 있었다. 최전방에 위치한 손흥민은 헐거워진 독일의 뒷공간을 끊임없이 파고들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손흥민의 스피드에 독일 수비진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후반 32분에는 빠른 역습 전개로 손흥민에게 슈팅 찬스가 났으나 아쉽게 골대 옆을 살짝 벗어났다.

 

그렇게 공방이 치열하던 후반 45분 한국은 역습 기회를 잡았다. 이용이 몸을 던지는 수비로 패스를 끊어내며 코너킥을 얻어냈다. 한국은 윤영선과 김영권, 장현수 등 제공권에 능한 수비진이 공격에 가담했다. 손흥민은 땅볼로 코너킥을 처리했다. 코너킥은 한국과 독일 선수 사이에 떨어졌다. 혼전 속에 공은 공격에 가담한 김영권의 발밑에 도착했고, 김영권은 공을 그대로 독일 골문에 밀어 넣었다. 기적 같은 순간이었지만, 부심이 깃발을 올리며 오프사이드를 선언했다.

 

그러나 주심은 경기를 재개하지 않았다. VAR 판독실의 판단을 귀 기울여 듣고 있었다. 주심은 경기를 중단하고 상황 판단을 위해 모니터로 뛰어갔다. 당시 상황을 주심이 다시 돌려본 결과, 김영권에게 공이 넘어가던 순간 토니 크로스가 마지막 터치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종 터치가 상대방의 의도에 의한 터치일 경우 오프사이드는 적용되지 않는다. 주심은 한국의 골을 선언했다. 선수들은 코칭 스태프와 얼싸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실점을 허용한 독일 선수들은 부족한 시간 속 마지막 총공격을 시작했다. 노이어 골키퍼 역시 공격에 가담하며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정규시간이 다 흐르고도 6분이 지난 시간, 노이어 골키퍼가 한국 진영에서 공을 받았다. 하지만 마음이 급한 나머지 공을 제대로 세워두지 못했다. 주세종은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노이어 골키퍼의 공을 빼앗았다. 독일 골문에는 아무도 서있지 않는 상황이었다.

 

▲ 손흥민이 빈 골대에 골을 넣으며 쐐기를 박았다  © FIFA 공식 홈페이지

 

주세종은 최전방에 홀로 있던 손흥민에게 공을 멀리 차주었다. 손흥민은 약 50m가 되는 거리를 빠른 속도로 주파하며 공을 받는 데 성공했고, 빈 골대에 가볍게 공을 밀어 넣었다. 한국 팀은 벤치에 있던 선수들까지 뛰쳐나와 손흥민과 기쁨을 나눴다. 경기는 그대로 한국의 2-0 승리로 끝이 났다. 전 세계에서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한국 대표팀의 투혼은 대단했다. 이날 경기에서 한국 대표팀은 총 118km의 거리를 뛰며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예선 모든 경기를 통틀어 가장 많은 거리를 뛴 팀으로 기록되었다. 모든 것을 쏟아 부은 한국 대표팀은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모두 경기장에 쓰러졌다. 아쉽게 멕시코가 스웨덴에게 0-3으로 패배하며 한국의 16강 진출은 무산되었지만, 한국 축구의 꺼져가던 불씨를 다시 지핀 계기가 되었다. 

 

 

독일은 1930년 1회 월드컵 이후 90년의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조별예선에서 탈락한 적이 없는 국가였다. 한국은 이번 경기를 통해 독일을 조별예선에서 탈락시킨 최초의 국가가 되었다. 아울러, 독일을 월드컵에서 꺾은 첫 아시아팀, 월드컵 디펜딩 챔피언을 꺾은 최초의 아시아팀으로 역사의 한 페이지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스포원=이승열 기자]

 

스포원 /
이승열 기자
ksh@confa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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