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기 리플레이] 축구장에 나타난 '가짜 공격수'와 '가짜 수비수', 유로2012 스페인 vs 이탈리아

세계 챔피언 스페인에게 대항한 이탈리아의 겁 없는 도전

이승열 기자 | 기사입력 2020/07/14 [22:49]

[명경기 리플레이] 축구장에 나타난 '가짜 공격수'와 '가짜 수비수', 유로2012 스페인 vs 이탈리아

세계 챔피언 스페인에게 대항한 이탈리아의 겁 없는 도전

이승열 기자 | 입력 : 2020/07/14 [22:49]

▲ 전술 대결로 많은 화제를 모았던 유로2012 스페인 vs 이탈리아  © UEFA 공식 홈페이지

 

스페인 국가대표팀의 최전성기가 2008년부터 2012년까지라는 것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이견을 가지지 않을 것이다. 스페인은 2008유로2008’ 우승을 시작으로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모든 축구 선수들의 꿈인 월드컵을 제패했다. 2012년에는 유로2012’에서 다시금 정상에 오르며 전례 없는 국가대표 메이저 대회 3연패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 당시 스페인이 세계 축구를 정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르셀로나에서부터 근간이 된 전술인 티키타카가 있었기 때문이다. ‘티키타카는 선수들이 개인기나 롱패스가 아닌 짧은 패스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전술로써 패스가 빠르게 이어질 때 나는 공의 소리에서 이름이 유래되었다. 스페인과 바르셀로나가 티키타카전술로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자 티키타카는 전 세계 축구의 중심이 되었다.

 

티키타카의 핵심은 빠르고 유기적인 패스를 위해 선수간 간격이 좁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팀의 최전방 공격수는 골을 노리는 것보다 미드필드 지역까지 내려와서 연계를 하는 것이 우선 과제였다. 이렇게 파생된 세부 전술이 바로 폴스 나인(False Nine)’, 가짜 공격수이다. 바르셀로나에는 리오넬 메시라는 완벽에 가까운 가짜 공격수가 있었기에 티키타카전술이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이다.

 

스페인은 ‘2010 남아공 월드컵까지만 해도 다비드 비야라는 훌륭한 공격수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는 최전방 공격수로서 득점력을 갖춘 것은 물론 연계에도 능했기 때문에 스페인과 바르셀로나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었다. 그러나 비야는 부상으로 인해 '유로2012'에 참가할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당시 델 보스케 감독이 꺼낸 새로운 가짜 공격수카드는 바로 세스크 파브레가스였다파브레가스는 본래 중앙 미드필더 역할을 맡는 선수로서 패스에 큰 장점이 있는 선수였다.

 

▲ 당시 '가짜 공격수'로 나섰던 세스크 파브레가스  © UEFA 공식 홈페이지

 

비야가 부재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축구팬들은 스페인이 승리할 것이라 예상했다. 스페인은 유로와 월드컵을 연속해서 석권한 세계 최강팀이었고, 이탈리아는 ‘2006 독일 월드컵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바로 직전 대회인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조별예선 탈락이라는 굴욕을 당한 상태이기도 했다.

 

대다수가 스페인의 우세를 점치는 가운데 2012610일 폴란드 그단스크에서 두 팀의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경기의 주도권은 이탈리아가 쥐고 있었다. 이탈리아는 세계 최강팀인 스페인을 당황하게 만들었고, 스페인은 이탈리아의 공세에 완전히 말린 듯한 모습이었다.

 

이탈리아의 프란델리 감독은 스페인의 가짜 공격수전술에 대응하여 가짜 수비수전술을 꺼내들었다. ‘가짜 수비수란 스리백 정중앙에 위치하여 상대팀 공격수의 활동을 방해하는 역할을 수행하지만, 공격 시에는 적극적으로 올라가 수적 우위를 점하게 도와주는 역할을 맡은 수비수이다.

 

가짜 수비수전술이 스페인에게 통했던 이유는 간단했다. ‘가짜 공격수를 마크하기 위해 가짜 수비수가 미드필드 지역까지 올라간다고 하더라도 수비 진영에는 2명의 센터백이 버티고 있어 빈공간을 침투하는 선수에게 대응하기 쉬웠기 때문이다. '가짜 공격수'와 침투하는 공격수들을 모두 막을 수 있는 묘수였던 것이다.

 

▲ '가짜 수비수'로 맹활약했던 데로시  © FIFA 공식 홈페이지

 

프란델리 감독이 선택한 가짜 수비수는 다니엘레 데로시였다. 데로시는 본래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몸싸움과 거친 수비를 즐기는 선수이다. 아기자기하고 깔끔한 플레이를 선호하는 파브레가스를 마크하기에 최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데로시는 패스에도 장점을 가지고 있던 선수였기에 빌드업을 하는 데에 있어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왔다. 실제로, 데로시는 이 날 경기에서 이탈리아의 그 어떤 선수보다 많은 패스 횟수를 기록했다. 결국 이탈리아는 스페인의 공격진을 무력화시키며 성공적으로 전반전을 마무리했다.

 

전반 내내 스페인을 괴롭힌 이탈리아는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카드를 사용했다. 최전방 공격수였던 발로텔리가 빠지고, 디 나탈레가 투입되었다. 디 나탈레는 발로텔리보다 공간 침투에 능하며 득점력도 좋아 마음이 급해진 스페인의 뒷문을 공략하기 딱 좋은 유형이었다.

 

프란델리 감독의 용병술은 그대로 적중했다. 후반 16분 피를로는 높게 올라선 스페인 수비진의 뒷공간에 공간 패스를 했고, 디 나탈레는 오프사이드 트랩을 교묘히 피하면서 카시야스와의 11 찬스를 맞이했다. 디 나탈레는 전혀 급하지 않게 카시야스의 움직임을 파악한 후 빈 공간으로 슛을 날렸다. 전광판의 스코어는 1-0으로 변해 있었다.

 

그러나 세계 최강 스페인은 호락호락하게 당하고 있지 않았다. 델 보스케 감독은 데로시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던 파브레가스를 활용하기 위해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출전했던 다비드 실바와 주기적으로 위치를 바꿔가며 플레이하도록 주문했다. 이 덕분에 파브레가스는 좀 더 자유로운 움직임을 가져갈 수 있게 되었고, 이탈리아 수비진에는 혼선을 주었다.

 

그리고 후반 19분 중앙에서 공을 이어받은 다비드 실바가 오른쪽 측면에서 쇄도하는 파브레가스를 보았고, 실바는 정확한 침투 패스를 넣었다. 이 패스 덕에 파브레가스는 바로 부폰 골키퍼와 11을 맞이했다. 파브레가스는 침착하게 왼쪽 골대 구석으로 정확히 골을 성공시켰다. 스페인의 아기자기한 티키타카가 이탈리아의 카테나치오를 무너뜨리는 순간이자 두 선수의 역할 변경이 주요했던 순간이었다.

 

▲ 당시 경기에서 치열한 경합을 펼치고 있는 카사노(좌)와 알론소(우)  © FIFA 공식 홈페이지

 

동점골 이후 스페인은 경기의 흐름을 이탈리에게서 뺏어왔다. 스페인은 보다 공격적이고 직선적인 축구를 구사하기 위해 다비드 실바를 빼고 헤수스 나바스를 투입했다. 헤수스 나바스는 스피드가 빠르고 개인기가 좋아 지친 이탈리아의 수비진을 헤집고 다니기 안성맞춤이었다. 나바스는 경기에 투입된 후 이탈리아의 수비진을 흔들었고, 위협적인 크로스를 몇 차례 성공시켰으나 아쉽게 골로는 연결되지 못했다.

 

후반 막판 투입된 토레스는 나바스와 함께 이탈리아의 수비진을 허무는 좋은 움직임을 가져갔다. 그러나 첼시로 이적 후 폼이 많이 떨어져 있던 토레스는 몇 차례 결정적인 찬스를 무산시키며 스페인에게 승리를 가져다주지 못했다. 하지만 토레스는 이 경기 이후 각성이라도 한 듯 골을 몰아넣으며 이 대회 득점왕에 올랐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프란델리 감독과 델 보스케 감독의 지략 대결은 1-1 무승부로 사이좋게 끝났다. 이 경기는 많은 전문가와 축구팬들에게 최고의 경기로 손꼽히고 있으며,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는 경기 중 하나이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이 경기에 대해 “21세기 들어서 가장 수준 높은 경기였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조별에선부터 멋진 경기를 보여준 두 팀은 각자 토너먼트를 거친 후 결승전에서 다시 맞닥뜨리게 된다. 그러나 결승전에서는 스페인이 4-0 승리를 거두면서 다소 시시한 결과로 끝을 맺었다.

 

[스포원=이승열 기자]

스포원 /
이승열 기자
ksh@confa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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